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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느껴보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 따뜻한 드라마

by 서소소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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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기획의도

'메디컬'이라 쓰고, '라이프'라 읽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우리네 평범한 삶의 이야기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로병사'가 모여, 수만 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는 곳, 탄생의 기쁨과 영원한 헤어짐의 전혀 다른 인사들이 공존하는 곳, 같은 병을 가진 것만으로 큰 임이 되다 가도, 때론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위로를 얻기도 하는 아이러니 한 곳, 흡사 우리의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곳이 바로 병원이다. 

  그리고 그 병원을 지키는 평범한 의사들이 있다. 적당한 사명감과 기본적인 양심을 가진, 병원장을 향한 권련욕보단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식욕이 앞서고, 슈바이처를 꿈꾸기보단, 내 환자의 안녕만을 챙기기도 버거운, 하루하루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한 5명의 평범한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이제 40살에 접어든 그들이 각기 다른 인생의 형태를 한 채 다시 만난다. 그저 청춘을 함께한 친구여서 좋고, 같은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인 그들이다. 전문의 10년 차에도 여전히 수술장 앞에선 긴장을 가무지 못하고, 인생 40년 차에도 아직 성장통을 겪는 그들은, 병원 안에서 배우고, 아프고, 성장한다. 

  언제부턴가, 따스함이 눈물겨워진 시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작지만 따뜻하고, 가볍지만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채워 줄 감동이 아닌 공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결국은, 사람 사는 그 이야기 말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들의 관계

이익준 (의대 99학번, 간담췌외과 조교수)

: 천재들이 인정하는 천재 중 천재, 공부도 수술도, 하물며 기타까지도 못 하는 게 없는 만능맨이다. 노는 자리엔 절대 빠지지 않고서도 항상 전교 1등, 타고난 머리도 좋고 집중력도 놀랍다. 의대에 수석으로 입학,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동기 중 가장 빠른 승진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실패를 몰랐던 인생, 그래서 익준에겐 삶이 즐겁고 유쾌하다. 분위기 메이커로 타고난 센스와 유쾌함은 그의 인기 비결이자 매력포인트다. 

  하지만 익준의 가장 큰 매력은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를 함께 살린, 수술방 식구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의사다. 익준의 진료엔 3분은커녕, 30분 진료도 없다. 기증자의 감사함과 수혜자의 간절함을 알기에,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듣는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진료시간을 훌쩍 넘겨 간호사들을 당황케 하기 일쑤다. 그는 늘 진심이고 최선을 다한다. 

  물론 이 수다스러움이 환자들에게만 국한되진 않는다. 아는 것은 또 어찌나 구체적이고 다양한 지, 질문 하나에, 매번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통에 친구들의 구박을 받기도 한다. 이 세상, 특히 병원 내 이야기에는 모르는 것이 없다. 

  병원 일에, 아들 우주까지 챙기며 정신없이 살면서도 단 한 번도 아내 혜정을 원망해 본 적은 없다. 사람들의 '대단한 야심가 와이프'라는 비아냥에도 익준은 혜정을 응원했다. 나보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할 선택을 지지하는 것이 익준의 사랑법이다. 

  인생의 첫 뒤통수를 이렇게 맞고 싶진 않았는데 혜정의 이혼 선언에 익준은 본인의 사랑법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정원 (의대 99학번, 소아외과 조교수)

: 슈바이처, 아니 공자, 맹자도 이겨 먹을 천사 같은 성품의 소유자이며 천주교가 모태신앙임에도 불구하고, 별명은 '부처'다. 부모의 품보다, 병원 침대가 익숙한 아이들의 울음소리,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공허한 부모들의 애끓는 분노로, 소아외과의 눈물은 마음을 찢는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소아외과에서, 정원의 따스함은 위로이자 희망이다. 지칠 법도 한 20년 차 의사지만, 한 번도 환자나 보호자, 하물며 동료 의료진에게도 화를 낸 적이 없다. 

  물론, 그의 '부처설'은 의대 동기 5인방에겐 통하지 않는다. 똥고집과 예민함은 기본이고 뒤끝은 작렬이다. 작은 실수에도 밤잠을 설치고, 한번 맘먹은 건 끝을 볼 때까지 밥 한술 뜨지 않는다. 사진 찍기가 취미였던 정원이 카메라를 깊숙이 넣어 버린 건 사진 속 웃음만을 남기고 떠나버린,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름이 아직 가슴 아픈 걸 보면, 의사는 나의 길이 아니겠단 생각을 했다. 꽤 오래, 신부가 되고 싶었다. 20대에 찾아온 사랑도, 30대에 맞이한 명예도, 신부의 꿈만큼 빛나는 건 없었다. 정원은 '정원'답게 묵묵히 그 가시밭길을 향해 가려한다. 

 

김준완 (의대 99학번, 흉부외과 부교수)

: 의대 돌아이만 지원한다는 흉부외과의 전설적 돌아이, 레지던트에겐 악마로, 환자들에겐 더 악마로 통하는 '사탄'의 의사다. 제 맘대로 되지 않는 수술 결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는 환자들 탓에 까칠하고 매몰찼던 성격은 더 지랄 맞고 차가워져 간다. 그런 탓에 레지던트들과 환자에겐 냉혈한으로 통한다. 

  만사가 귀찮고 재미없어지던 찰나, 준완의 마음속으로 '익순'이라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고, 목소리만 들어도 입꼬리가 씰룩댄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느낌상 심박수 300은 찍을 듯, 심장이 쿵쾅이며 들썩인다. 

 

양석형 (의대 99학번, 산부인과 조교수)

: 속을 알 수 없는 은둔형 외톨이,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숨 쉬고 사는 게 신기한 귀차니즘의 대명사다. 속을 알 수 없는 뚱한 표정, 묻는 말에 겨우 대답이나 하는 외모도, 성격도 별난 의사지만 호감을 실력으로 커버, 진료실은 항상 문전성시다. 직업이 '의사'라는 거 빼고는 멀쩡해 보이는 게 거의 없다. 나이 마흔에 '엄마, 엄마'를 입에 달고 사는 마마보이에,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게 어색해 전화가 와도 카톡으로 답한다. 석형이 추구하는 인생관은 최소한의 인간관계 속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운이 좋게도, 대학 시절 '그날'의 선택이 인생 유일의 친구들을 선물해 줬다. 단둘이 만나기엔 어색한 준완, 질투심 유발자 정원, 석형을 신기해하며 귀찮게 구는 익준,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일 여사친 송화까지 그들과 청춘의 전부, 그리고 인간 '양석형'을 공유하고 살았다. 만사가 귀찮고 나른하고 권태롭던 인생에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는데, 40살 석형의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친구들과 밴드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채송화 (의대 99학번, 신경외과 부교수)

: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교수이자 병원 붙박이로, 언제 먹고 자는지가 의문인 일명 '귀신'이다. 송화는 병원 붙박이이자 귀신으로, 신경외과 유일의 여자 교수가 되었다. 바쁜 스케줄에도 꼼꼼하게 후배들의 논문을 봐주고, 응급 수술에 제일 먼저 나온다. 수술대 앞, 메스보다 날카로운 표정을 한 송화는 후배들에겐 존경을 넘어선 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그 어떤 사랑도, 살리고 싶은 환자만큼 송화를 애타게 하는 건 없었다. 물론 첫사랑은 있었다. 스무 살, 그 한 해의 청춘을 송화는 사랑으로 불태웠다. 이후의 연애는 딱히 기억나는 것도,  아쉬운 이별 같은 것도 없었다. 병원 '귀신'으로 살며 얻은 거라곤, 목디스크와 게걸스러운 식탐뿐, 그나마 송화의 유일한 낙은 홀로 훌쩍 떠나는 고요한 자연 속에서 즐기는 캠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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